싸이코패스에 열광하다! 추격자
영화 ‘거북이 달린다’가 꽤나 롱런중입니다.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는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도 있고, 7급 공무원, 그림자 살인, 박쥐, 마더 등, 뭐 이러저러 꽤 괜찮은 영화들이 우후죽순 범람하던 상반기였는데 말이죠. 비단 영화 속 형사뿐만 아니라 영화 그 자체로도 거북이처럼 끈질기게 이어나가고 있으니 영화제목이란 가끔씩 보면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한편 올 영화 상반기 한국영화를 책임졌다고도 말할 수 있는 ‘4급 공무원’과 ‘거북이 달린다’의 뒤를 이어 하반기 사람들이 가장 기대하고 있는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국가대표’인데요. 여름방학을 맞아 영화의 대 범람기라고 할 정도로 수많은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는 7,8월의 수많은 영화들 가운데서도 ‘국가대표’는 스키점프 국가대표들을 다룬 본격 스포츠 영화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위에 길다면 긴 사족을 붙여놓고 나니 ‘나는 어쩜 이리 티가 확 날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드네요... 눈치가 빠른 분들이라면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벌써부터 눈치 채셨을 테니까요. 그냥 속 시원히 말씀드리죠! 오늘은 바로 ‘거북이 달린다’의 주연을 맡은 김윤식과 ‘국가대표’의 주연을 맡은 하정우가 이처럼 막강 티켓파워를 갖게 되는 계기가 된 영화, 추격자에 대해 같이 얘기 나눠볼까 합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추격자, 거북이 달린다, 국가대표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가 왜 속된 말로 ‘미친놈’에 그토록 열광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당시 ‘추격자’는 무려 5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작년 흥행돌풍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각종 영화제의 각종 상들을 모조리 휩쓰는 등 엄청난 신드롬을 일으키며 주연이었던 김윤식과 하정우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았었는데요. 하지만 당시 제 주위에 ‘추격자’를 보고 온 대부분의 친구들이 뱉었던 영화평이란 따지고 보면 황당하기 짝이 없는 것들이었죠.
“걔네는 그냥 미친놈이야.”
“하정우 소름 끼쳐.”
“몰라, 둘 다 그냥 정신 나갔어.”
“하정우, 저건 연기가 아냐. 실제로 미친 거 같아.” (특정 배우에 대한 비난이 아닙니다. 오해 없으시길...)
그러고 나서는 갑자기,
“보면 알아.”
그러면서 엄지손가락을 너나할 거 없이 치켜세웠던 거죠. 도대체 우린 왜 그런 싸이코패스 모습에 열을 올리며 이 영화를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했던 걸까요? 물론 혹자는 “두 사람의 연기가 너무 뛰어나서 그랬던 것이지 싸이코패스에 호기심을 보인 건 아니었다, 역겨웠다,” 고 평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그것만으로는 이 기현상을 설명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이후 두 배우는 쉬지 않고 또 다른 영화를 선보이며 활동을 계속했지만 ‘추격자’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의 조그마한 이슈만 만들어 내고 사라졌기 때문이죠. 즉, 배우의 연기만 가지고는 조금 설명이 모자란다는 말입니다.
섣불리 단언하건대, 우리는 싸이코패스에 열광했던 것이 확실합니다. 그 증거로 조금 색깔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우리가 싸이코패스에 열광했던 것은 이때가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혹시 문득 떠오르시는 영화가 있으신가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 ‘살인의 추억’이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살인의 추억’은 쫓는 형사들에게 좀 더 많은 시선을 보내고 ‘추격자’는 쫓기는 범인에게 좀 더 많은 시선을 보내기는 하지만 말이죠.
우리는 누구나 싸이코패스가 될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누구나 그런 성향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가지고 있다는 뜻일 텐데요. 당연히 이에 대한 강한 부정이 마음속에서 끌어 오르기 마련인데요. ‘추격자’는 우리의 그러한 이율배반적이고 아이러니한 성향을 모두 만족시켜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죠. 풀어 이야기하면, 화면 속 살인자의 모습에서 일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때문에 더 신나게 욕하며, 그럼에도 또한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강한 호기심을 보이게 되는 그런 여러 가지 효과들을 한 번에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 제 말에 동의할 수 없다고 여기시는 분들. 지금 당장 추격자를 다운받아 보시면서 ‘내가 이걸 왜 재미있게 보고 있지?’하고 각자 한 번 생각해보시죠! 손은 땀나게 꼬~옥 쥐고 말이죠. 흐흐흐... / XCANVAS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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